롯데월드에 간지 오백년이다.
벨루가가 보고 싶은지는 백 년 즈음 된 것 같다.
벨루가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가 갇혀있는 환경에 내 돈을 주고 싶지 않다는
묘한 '뚝심'같은게 있었다.
제돌이 마지막 공연 때에도
그 현장에 있었지만
공연을 관람하지는 않았다.
이상한 뚝심.
이왕 그곳에 갔다면
보고 올 것을.
제돌이 다큐를 보며,
그렇게 오랜시간 사람들과 정들며 지내왔을듯도 싶은데
방류프로젝트로 바다로 나가자
적응하고 무리에 합류까지하는 제주남방돌고래들을 보며
돌고래는 갇혀있으면 안된다,
잡아두어선 안되는구나 하는 의견으로 기울었다.
고래 상어도
하아...
더 말해 무엇하리
제주 아쿠아***에서 얼마나 버텼던가
안타깝고 아까운 생명체..
세계적인 추세도 그러하고
이제는 포획해오지도 말고
사오지도 말고
있는 개체들도 건강 및 여러 상황등을 파악하여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고자 하는 노력들이 반갑고 바람직해보인다.
그렇게 누르고 잊고 살다가
오랜만의 검색으로 벨루가도
다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너를 보면 혹시 사랑에 빠질까봐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가 바다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은 보고 싶었다.
롯데타워 아쿠아리움.
롯데월드몰을 지으며 신장개업한 아쿠아리움에는
세 마리의 벨루가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단 한 마리만 남아있다.
벨라, 아름다운 벨라
너는 꼭 바다로 돌아가길...!
바닷속 심연은 이런 모습일까
싶은 푸른 바다를 재현하기에는 너무 좁은 수조이겠지
그래도 다행히
고요한 가운데
살며시 우아하게 움직이는 그녀였다.
아무도 없고 나만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벨루가가 나타났다.
그녀는 나를 본 듯
내 쪽으로 다가와 눈길을 주며 내 머리 위로 스윽 지나가주었다.
온 세상이 숨을 죽인 가운데
나와 그녀만이 있었다.
눈을 뗄 수 없던
숨멎 순간
신비로운 돌고래
동그란 이마와
하얀, 근육질의 몸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여기 있기에는 굉장히 크구나 싶던
벨루가.
우울하고 침체된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함께 놀던 다른 벨루가들이 하나 둘 없어지니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쿠아리스트가 각별히 관리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공을 던져주기도 하고
저 위로 올라갔을 땐 뭘 먹기도 하는 것 같았다.
오며가며 보았을 때
아무튼 자주 챙겼다.
벨루가가 관람객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일까
공을 물고 던지고 하다가
또 기포를 도넛모양으로 동글동글 만들어 주기도 하고
휘익 휘익 지나가주기도 하고
잘 모르는 나이지만
기분이 좋아보였다.
벨루가 컨디션이 부디 방류와 적응훈련까지
주욱 좋게 이어지길 바란다.
벨루가 수조 앞에는 위와 같은 글이 게재되어 있었다.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
거기로 가는 구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이 약속을 꼭 이행하길 바란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해내주시길 바란다.
이 아름다운 생명체가
더 넓은 고향에서
오래오래 살길...!
벨루가 방류
이 마지막 벨루가만은
꼭 바다로 돌려보내주세요!